시대 읽기 8. 라이프스타일 시대 일본 도쿄에 가면 ‘센트레 더 베이커리’라는 유명한 빵집이 있다고 합니다. 주력 상품은 놀랍게도 평범한 ‘식빵’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식빵 몇 조각을 맛보기 위해 아침 9시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고, 심지어 한국의 젊은이들도 일부러 비행기를 타고 찾아간다는 사실입니다. 식빵 몇 조각과 몇 가지 잼이 나오는 세트 메뉴 가격이 무려 18,000원이라는데, 왜 사람들은 이토록 열광할까요? 그곳에서는 전 세계 20가지가 넘는 토스터 중 하나를 직접 골라 ‘나만의 토스트’를 만들어 먹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작은 식빵 가게의 이야기는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라이프스타일 시대’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취향과 가치관을 표현하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에 기꺼이 시간과 돈을 투자합니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 바로 서울 여의도의 ‘더현대서울’입니다. 어떤 브랜딩 전문가는 교회를 재건축하려는 분들에게 꼭 이곳을 가보라고 추천할 정도입니다. 더현대서울은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던 시기에 문을 열었지만, 개장 후 최단 기간에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 성공의 핵심은 과감한 ‘포기’에 있었습니다. 더현대서울은 백화점의 얼굴과도 같은 1층의 가장 좋은 자리를 포함해, 전체 면적의 절반 가까이를 판매 공간이 아닌 휴식과 경험을 위한 공간으로 채웠습니다. 약 1천 평 규모의 실내 정원 ‘사운즈 포레스트’가 대표적입니다. 이는 연간 2,000억 원의 매출을 포기한 결정이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물건을 ‘사러’ 오프라인 공간에 오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맛보고, 만나고, 즐기고, 배우기 위해 찾아옵니다. 더현대서울은 이러한 변화를 정확히 읽고,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머물고 싶어 하는 ‘페르소나(인격) 공간’이 되었습니다.‘이곳은 내 공간이다’라고 자랑스럽게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곳, 그래서 먼 지역에서도 기꺼이 찾아오는 장소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는 우리 교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누구를 초대하고 싶은가요? 과거의 교회는 ‘1만 달러 시대의 교회’였지만 오늘날 젊은이들의 교회는 ‘3만 달러 시대의 교회’입니다. 미래를 위해 아끼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대와, 풍요 속에서 쾌적하고 즐거운 경험을 추구하는 시대의 가치관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교회가 백화점처럼 화려해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더현대서울이 매출이라는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고 공간을 ‘비워냈을 때’ 비로소 사람들의 마음을 ‘채울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교회도 세상의 가치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담아내는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예배와 공동체가, 세상이 줄 수 없는 참된 쉼과 회복, 그리고 기쁨과 의미를 제공하는 거룩한 ‘경험’의 장이 되면 어떨까요. 우리 교회가 이 지역의 젊은이들과 이웃들에게 ‘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자랑하고 싶은 곳’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세상의 방식이 아닌, 오직 복음의 능력으로 그들의 삶을 채우고 변화시키는 ‘라이프스타일’을 선물하는 우리 교회가 되기를 함께 꿈꿔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