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편지

제목(250824) 시대 읽기 9. 리추얼(Ritual)2025-08-23 23:15
작성자 Level 10


시대 읽기 9. 리추얼(Ritual)

 

젊은 세대는 종교에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우리 교회를 비롯해 한국의 다양한 종교에서 젊은 세대의 참여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그들의 마음속 영적 갈급함까지 사라진 것일까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에는 어김없이 ‘타로, 사주’ 카페를 볼 수 있고 빈자리를 찾기 어렵습니다. 다음 세대는 불활실한 자신과 미래를 두고 ‘나는 누구인가?’를 묻고, 그 답을 찾기 위해 기꺼이 돈을 씁니다. 이들은 제도화된 종교에 관심이 없을 뿐, 여전히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고자 하는 영적 목마름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리추얼(Ritual)’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본래 ‘리추얼’은 결혼식이나 장례식처럼 정해진 형식의 종교적 의식을 뜻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확장되어, ‘반복적인 일상의 작은 행동이나 습관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을 가리킵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는 것, 잠들기 전 책을 읽는 것과 같은 소소한 습관들은 일종의 의식이 되어정서와 영적 목마름을 해갈합니다. 이것이 바로 ‘리추얼’입니다. 젊은 세대에게 ‘예배’는 낯설고 부담스럽지만, ‘리추얼’은 매우 익숙하고 친근한 개념인 셈입니다. 이러한 ‘리추얼’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대표적으로..


첫째, 달리기가 예배가 됩니다. 많은 현대인에게 달리기는 단순히 운동을 넘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오롯이 자신을 마주하는 ‘리추얼’이 되었습니다. 특히 ‘러닝크루’는 낯선 도시에 홀로 정착한 청년들에게 새로운 관계를 맺어주는 소중한 공동체가 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운동이 끝나면 “수고하셨습니다” 한마디를 남기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자유롭고 유연한 관계를 만들어 갑니다. 서구에서는 매주 토요일 아침 공원에서 함께 달리는 ‘파크런(Parkrun)’이라는 모임이 ‘새로운 형태의 교회’가 아니냐는 질문을 던질 정도로 새로운 공동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둘째, 글쓰기가 묵상이 됩니다. 기독교의 오랜 전통인 ‘성경 필사’는 말씀을 깊이 새기는 거룩한 리추얼이었습니다. 최근 이러한 필사가 다시 유행하며, 사람들은 유명 작가의 문장을 따라 쓰거나 자신의 마음을 일기로 기록하며 내면의 평안을 찾고 있습니다. 디지털 패드가 아닌 아날로그 종이에 한자 한자 쓰며 영적 만족을 느낍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예수동행일기’나 ‘초원’과 같은 기독교 앱은 디지털 공간에서 함께 말씀을 묵상하고 삶을 나누는 새로운 신앙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리추얼’이 영적인 갈급함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는 교회가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우리가 드리는 예배, 새벽마다 드리는 기도, 매일의 말씀 묵상(QT)이야말로 가장 깊고 본질적인 리추얼이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방식일지 모릅니다. 세상의 리추얼이 ‘세련된 이미지’와 ‘느슨한 공동체’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는 동안, 우리는 혹시 너무 딱딱하고 닫힌 모습으로만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세상의 언어로 복음의 깊은 의미를 전하며, 그들의 일상 속에 스며드는 건강한 신앙의 ‘리추얼’을 제안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이 풍성한 영적 보화를, 다음 세대가 기꺼이 누릴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며 길을 찾는 우리 제8영도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