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편지

제목(250427) 부활의 일상2025-04-27 09:19
작성자 Level 10

 

부활의 일상

 

기독교 최고의 절기인 부활절이 지나고 다시 일상을 걷고 있습니다. 지난주 부활절 아침 함께 불렀던 부활의 노래들이 생생합니다. 무너진 무덤, 비어 있는 자리를 확인하며 죽음은 끝이 아니고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요 1:5, 공동번역).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부활절의 감격이 잦아듭니다. 부활의 음악이 멈춘 예배당은 어느새 다시 평소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우리 역시 바쁜 일상 속에서 부활의 소식을 자주 잊어버립니다. 

 

오늘 아침 완연한 봄을 느꼈습니다.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는 연둣빛 나뭇잎들이 아직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조심스레 몸을 풀고 있더군요. 잔잔한 바람에 잎사귀들이 살랑거리며 인사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봄은 찾아왔습니다. 

 

부활도 그렇습니다. 요란한 축포처럼 터지는 기쁨도 있지만,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매일 보이지 않지만 역사하는 생명력이 부활입니다. 특별한 순간에만 느끼는 감격이 아니라, 조용한 신음과 기도 속에서도 여전히 약동하는 호흡입니다. 부활이 큰 감동 속에서만 경험 되기 보다 매일의 평범한 삶 속에서 우리를 일으키는 힘이 되길 원합니다. 작은 친절 하나를 베풀 때, 지친 이웃의 등을 다독일 때, 다시 한 번 기도하겠다고 마음먹을 때마다 부활 생명은 조용히 우리 삶에 푸른 잎을 낼 것입니다. 

 

부활이 멀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삶의 문제들, 반복되는 고단한 하루, 고요한 절망처럼 느껴지는 시간 속에서도 부활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 깊게,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자라납니다. 봄날처럼 부활 생명의 은혜가 우리에게 비치기를 원합니다. 죽음과 절망을 넘어 우리 안에 새로 심어진 부활 생명이 우리의 마음과 관계와 삶 가운데 늘 피어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