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편지

제목(250413) 주님의 걸음2025-04-12 19:16
작성자 Level 10

 

주님의 걸음

 

예루살렘의 돌길 위로 조용히 새겨진 주님의 걸음을 봅니다. 사람들의 환호와 흔들리는 종려나무 가지 사이에서 주님은 속죄의 무게가 담긴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사람들의 찬송을 받는 순간에도 한켠엔 드리워진 십자가의 그림자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군중들의 외침이 커질수록 속죄를 향한 걸음의 고요함은 더 또렷해졌습니다. 박수 갈채가 있던 예루살렘 성문을 통과해 향하신 곳은 고독과 조롱이 기다리는 골고다입니다. 주님은 그렇게 군주의 보좌 대신 자신을 내어줄 제단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주님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자기를 비워 온전한 생명을 주시려는 속죄의 걸음을 내딛는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주님의 걸음은 겸손의 발자욱을 남겼습니다. 비록 목소리는 없지만, 온 생애를 통해 외쳐 온 순종의 언어가 걸음마다 담겨 있었습니다. 속죄의 십자가는 슈퍼 히어로의 괴력으로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오래 깎이고 비워진 겸손의 걸음 끝에 도착한 곳입니다. 말을 타지 않으셨고, 힘을 드러내지도 않으셨습니다.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 하늘을 찌르는 환로를 뒤로 한 채 한없이 내려간 어두운 자리였습니다. 자기를 지우는 방식으로 우리를 살리시는 속죄를 위한 걸음에서 주님의 낮아짐을 봅니다.

 

주님의 걸음은 지금도 멈추지 않습니다. 돌길 위에 찍힌 발자국은 이제 우리의 일상 속에서 조용한 흔적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높은 곳을 쫓기보다 낮은 곳에 머무는 삶, 드러내기보다 감추는 손길, 앞서기보다 양보하는 우리의 순종에서 그분의 걸음은 살아 움직입니다. 우리가 성공이 아닌 섬김을, 주장보다 순종을 선택할 때 주님의 발자욱은 오늘 이곳에서도 새겨질 것입니다. 사람들의 요란한 환호와 주님의 조용한 겸손이 만난 이 날, 그 걸음이 우리 안에서 다시 살아나길 원합니다. 주님의 걸음이 남긴 속죄와 겸손의 자욱을 나도 따라 걷기를 종려의 계절에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