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편지

제목(250323) 성실함이 빛나는 자리2025-03-23 08:11
작성자 Level 10

 

성실함이 빛나는 자리

 

목회를 하며 참 많이 배웁니다. 그중 하나는 ‘좋은 것을 안다는 것’과 ‘좋은 것을 이루어내는 것’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날카로운 기준을 가지고 교회와 설교를 비평하던 기억이 납니다. 내 기준에 맞지 않는 설교자들을 보며, ‘내가 더 잘할 수 있다’고 속으로 다짐했던 적도 있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는 ‘한국교회에 내가 참 필요하다’는 어리석은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목회 현장에 서 보니, 그 모든 생각이 얼마나 미성숙한지 절실히 깨닫습니다. 좋은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즐기는 것과 직접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듯 말입니다. 교회를 담임하면서 얼마나 밑바닥을 많이 보았는지 모릅니다. 말은 잘하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연간 계획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해 머리를 싸매고, 설교 후에는 스스로에게 부끄러워 이불 속으로 숨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매일 반복되는 사역 속에서 때로는 ‘전에 하던 대로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유혹도 듭니다. 말은 거창했지만, 막상 현장에선 작은 일조차 버거울 때가 많았습니다.


비판하고 분석하는 데에는 능숙하지만, 막상 그 자리에서 뛰어들어 해내는 용기는 부족했습니다. 겉으로는 기도와 헌신을 외쳤지만, 실제로는 자기 중심적인 모습이 가득했습니다. 내가 그렇게 비판했던 바로 그 모습이 제 안에 있었습니다.


화려한 말보다 묵묵히 성실하게 걸어가는 사람의 가치가 돋보입니다. 매주 조기 축구팀에 빠지지 않고 나가 운동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프리미어리그 캐스터보다 존경스럽습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창한 교리와 논쟁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담담히 예배하고 기도하며 걸어가는 사람에게서 더 깊은 울림을 느낍니다.


성실함이 빛나는 자리, 말보다 행동이 먼저이고, 비판보다 실천이 앞서고 싶습니다. 작은 일에도 충실하며,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나가고 싶습니다. 그런 길이라면 어디로 가든지 주님이 함께 하실 것입니다(창 2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