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절Advent 첫 기다림 - 소망Hope
달력의 마지막 장, 12월의 문턱입니다. 세상은 한 해의 끝을 이야기하지만, 교회는 되려 시작을 선포합니다. 대강절(Advent) 은 새로운 교회력의 출발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시간보다 앞서 새로운 시간을 살아가는 것, 이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거룩한 시차(時差)가 아닐까 합니다.
대강절은 라틴어 아드벤투스(Adventus)에서 온 말입니다. 고대 로마 황제를 비롯한 고관대작이 도시를 방문하러 옴을 의미합니다. 왕의 행차를 기다리며 길을 닦고 도시를 정비하듯,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의 오심을 전심으로 준비하는 절기, 바로 대강절입니다.
이 기다림은 세 주님을 향해 있습니다. 과거 2천 년 전 유대 땅 베들레헴, 가장 낮은 구유에 오셨던 초림(初臨)의 주님, 미래, 역사의 끝 날에 구원과 심판의 주로 다시 오실 재림(再臨)의 주, 그리고 오늘, 이미 오신 주님과 아직 오지 않은 주님 사이(Already and Not Yet)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자리에 계신 주님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대강절 4주 동안 촛불을 하나씩 밝히며 기다림의 깊이를 더해갑니다. 네 개의 초는 각각 소망(Hope), 평화(Peace), 기쁨(Joy), 사랑(Love)을 상징합니다. 짙어가는 겨울의 어둠 속에서 하나씩 늘어가는 촛불은 빛으로 오신 주님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아름다운 상징입니다.
오늘 우리는 물리적인 초는 아니자만 소망의 촛불을 마음에 켭니다.
소망은 막연한 낙관이 아닙니다. “잘 될 거야”라는 자기 최면도 아닙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소망을 영혼의 닻(히 6:19)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배가 거친 풍랑 속에서도 떠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바다 밑바닥에 닻을 단단히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소망도 그렇습니다. 경제가 어렵고, 몸이 아프고, 관계가 깨어지는 삶의 겨울이 혹독할 때 우리가 아주 넘어지지 않는 이유는, 변치 않는 하나님의 약속, 그 소망에 우리 영혼이 닻을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망은 상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약속하신 변치 않는 하나님의 신실함에서 옵니다.
연말, 세상의 소란스러움에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잠잠히 오시는 왕을 기다리며 소망의 닻을 내리면 좋겠습니다. 지금 깊은 어둠의 터널 속에서 절망을 걷는 모든 이에게 대강절 첫 주 소망의 빛이 비추길 기도합니다. 2천 년 전 어둠을 뚫고 오신 그분께서 지금 우리 삶에 반드시 찾아오시길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