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읽기 14. Popup(팝업)
오늘 나눌 주제는 팝업(Popup)입니다. 떴다 사라지는 임시 매장을 뜻하는 이 단어가 교회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의아하실 겁니다.
<5무교회가 온다>의 저자 황인권은 그 책에서 흥미로운 제안을 합니다. 바로 목회자와 교회 리더들이 여리고성을 정탐하던 여호수아의 정탐꾼과 같은 마음으로, 지금 가장 힙한 동네인 서울 성수동으로 트렌드 투어를 떠나보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청년들은 왜 성수동으로 몰려들까요? 그곳에는 놀라운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디올(Dior)은 번듯한 건물이 아닌, 주차장 부지에 가건물로 팝업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그런데도 전 세계 사람들이 그 임시 매장(팝업스토어)을 보기 위해 모여듭니다. 탬버린즈라는 한국 브랜드는 디올 맞은편 3층 건물을 빌려, 3개 층을 텅 비운 채 골조만 남겨두고 오직 지하 1층만 전시에 사용합니다. 이 과감한 공간 사용이 “고루하게 느껴지는” 교회 건물과 대조됩니다. 올리브영과 같은 매장조차 1층 가장 좋은 자리를 물건 판매가 아닌 팝업 공간과 카페로 내어주며, 사람들이 머물고 경험하게 만듭니다. 우리 교회 1층도 동네 청년들을 위해 이렇게 비워두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 모든 현상을 관통하는 핵심이 있습니다. 세상은 더 이상 물건을 팔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경험과 이야기(스토리텔링), 그리고 환대를 팝니다. 저자는 성수동의 인기 있는 팝업 공간들이 가진 5가지 비밀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낯설고 새로운 공간 / 높은 밀도 (고밀도의 경험) / 스토리텔링 / 환대 /미션과 참여 어쩌면 이것이 교회가 만들어야 할 공간의 비밀이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아픈 지적이 이어집니다. 저자는 르라보 같은 향수 매장에서 파는 상탈(Santal) 향이, 사실은 성경 속 솔로몬의 성전을 지을 때 사용된 백단향이라고 말합니다131313. 그리고 이렇게 덧붙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성경 속 온갖 향을 뿌리고 다니는데, 정작 교회 안에는 향이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결국 이렇게 질문하게 됩니다. 우리는 세상이 이해할 수 없는 낡은 언어에 갇혀, 복음의 향기마저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교회의 본질인 복음을 이 시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감각으로 리브랜딩(Rebranding) 할 필요는 없을까요?
우리는 디올 팝업스토어처럼 화려한 교회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명품 매장도 줄 수 없는 가장 강력한 스토리텔링(복음)을 가졌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환대보다 따뜻한 예수님의 환대를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구원하라는 가장 위대한 미션을 받았습니다.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여, 세상이 흉내 낼 수 없는 거룩한 하나님 나라의 팝업으로 우리 교회가 이 영도 땅에 서 있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