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수 있는 성경 1521년, 보름스 제국의회에서 자신의 신념을 철회하기를 거부한 루터는 교황과 황제 모두에게 이단으로 정죄받고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됩니다. 이에 선제후 프리드리히는 루터를 비밀리에 '납치'하여 외딴 바르트부르크 성에 숨깁니다. '융커 외르크'라는 가명으로 기사 행세를 하며 지내야 했던 약 10개월의 시간은 루터에게 고독한 절망의 시간이었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외딴 성에서, 개혁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과 영적 싸움에 시달렸습니다. 일설에는 악마의 환영을 보고 잉크병을 던져 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루터는 이 강제된 안식을 허비하지 않았습니다. 이 기간 동안 신약성경을 평범한 독일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번역하는 데 몰두했습니다.
당시 성경은 라틴어로 되어 있어 사제들 외에는 거의 읽을 수 없었고, 미사 역시 알아들을 수 없는 라틴어로 진행되었습니다. 루터는 하나님의 말씀이 모든 사람에게 직접 들려지고 읽혀야 한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는 학자들만 이해하는 어려운 말이 아니라, 시장의 상인이나 집안의 할머니도 읽을 수 있는 살아있는 독일어로 성경을 옮기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정육점에 가서 제물로 쓰이는 동물의 각 부위를 지칭하는 독일어 단어를 묻기도 했다고 합니다.
불과 11주 만에 번역된 독일어 신약성경은 이듬해 '9월 성서'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고,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삽시간에 독일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말씀은 보통 사람들도 읽을 수 있는 성경이 되었습니다! 이 성경 덕분에 종교개혁의 불길은 들불처럼 번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루터가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고독한 싸움을 벌였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각자의 바르트부르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질병, 관계의 어려움, 경제적인 고난, 혹은 영적 침체 속에서 우리는 강제된 고립과 아픔의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루터처럼 우리 역시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 때 가장 어두운 시간 속에서도 빛을 발견하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얼마나 가까이하고 있습니까? 나는 복음을 쉽고 따뜻하게 전달하고 있습니까? 우리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까?
종교개혁은 단순한 과거 사건에만 머물지 않는 현재 진행형이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 삶의 중심에 두고 사는 삶, 이것이 오늘 우리가 이어가야 할 개혁의 정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