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교회가 소멸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위기지역은 우리 총회 소속 교회들이 주로 위치한 지역과 상당 부분 겹칩니다. 지방의 인구 절벽은 교회의 존립을 위협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 위기는 예배당 풍경에서부터 체감됩니다. 교회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끊긴 지 오래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났습니다.
남아있는 성도들의 평균 연령은 계속 높아져 공동체의 활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통계는 이런 현실을 더욱 명확히 보여줍니다. 지난 10년간 교회학교 학생 수가 사회의 학령인구 감소율(19%)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37%)로 줄었습니다. 아이는 줄고 노인은 많아지는 형편입니다. 스스로 기독교인이라 말하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가 250만 명을 넘어섰다는 사실은 교회가 다음 세대와 사회의 신뢰를 동시에 잃고 표류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지방 교회의 쇠퇴는 결국 목회자의 생존과 직결됩니다. 최근 발표된 예장통합 총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농어촌 지역 교회들의 미자립 비율이 40%를 상회합니다. 수많은 목회자들이 국가가 정한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례비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목회에만 전념할 수 없어 택배나 대리운전 같은 ‘부업 전선’에 내몰리는 목회자들의 소식이 더는 낯설지 않은 현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암담한 현실 앞에서 좌절하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님께서 “내가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마 16:18) 약속하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약속은 교회의 외형적 성공이나 번영을 보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그분의 백성을 지키시고, 신앙의 명맥을 잇게 하시겠다는 생명의 약속입니다. 이 말씀을 붙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함께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첫째, 개교회주의의 경계를 넘어 상호 협력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소수의 학생만으로는 자체 운영이 어려운 교회학교 프로그램을 몇몇 교회가 연합하여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실제 우리 교회 2명의 중고등부 학생들은 지역 교회 연합 수련회 덕분에 여름학교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건강한 소속감을 경험하고, 교역자들은 사역의 부담을 나누며 목회적 지혜를 공유하게 됩니다. 최근 기사화된 “동네교회연합예배”도 좋은 예가 됩니다. 지방 교회의 연대는 선택이 아닌, 상생을 위한 필수 전략입니다.
둘째, 교회의 제한된 역량을 핵심 사역에 집중해야 합니다. 과거 성장기에 맞추어 설정된 과도하게 바쁘고 복잡한 시스템은 과감히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필요한 가지를 쳐내야 나무가 더 튼튼한 열매를 맺듯, 교회의 역량을 본질적 사명인 예배와 양육, 선교에 집중할 때 공동체는 더욱 건강해집니다. 이는 교회의 체질을 개선하고 내실을 다지는 길입니다.
셋째, 교회의 문턱을 낮춰 지역 사회를 위한 공적 공간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교회가 가진 공간을 지역 주민을 위한 작은 도서관이나 여름 쉼터, 회의 공간으로 제공하는 것도 좋은 시작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당장의 전도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교회가 지역 사회의 신뢰를 얻고 선한 영향력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구체적인 섬김의 실천이 교회를 향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넷째, 목회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규모=성공’이라는 성장주의 신화를 이제는 내려놓아야 합니다. 양적 성장을 성공의 척도로 삼던 기존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교회 성공의 기준은 외형적 규모가 아니라, 신실한 제자를 양육하고 있는지, 공동체가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지역 사회에 신뢰를 주고 있는지로 재정립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모든 성도가 사역자'인 교회를 세워야 합니다. 종교개혁의 핵심인 '만인제사장'의 원리를 회복할 때입니다. 목회자가 모든 사역을 책임지는 구조는 작은 교회일수록 한계가 명확합니다. 이제 목회자의 역할은 홀로 뛰는 '슈퍼맨'이 아니라, 성도 각자가 가진 은사를 발견하고 격려하여 봉사의 일을 하게 하는 '코치'가 되어야 합니다(엡 4:12). 성도들의 직업과 재능이 교회와 마을을 섬기는 귀한 자원이 되도록 돕고, 평신도 리더십을 적극적으로 세워 사역의 동반자로 삼아야 합니다. 이는 목회자의 소진을 막고, 교회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가장 성경적인 방법입니다.
이상의 제안들이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교회의 주인이신 주님을 신뢰하며, 연대하고 본질에 집중하며 이웃을 섬기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때, 지방의 교회는 침체를 넘어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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