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네가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네 시가 가까워올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그리고 네 시가 다 되었을 때 나는 흥분해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할 거야. 아마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게 되겠지! 생택쥐베리의 <어린 왕자> 중 여우가 왕자에게 한 말입니다. 요즘 세상에 기다림은 낭비입니다. 시간이 돈이고 무기죠.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배송 오는 온라인 몰 덕분에 그 많던 창고형 마트들이 문을 닫고 있습니다. 운전하고 쇼핑하고 다시 돌아오는 시간을 아낄 수 있는데 누가 공을 들여 장보러 가겠습니까. 놀이동산에도 일정 금액을 더 내고 매직 패스를 사면 줄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시간까지 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덕분에 돈은 우리 삶에서 기다림의 아름다움을 거둬갔습니다.
기다림의 상실은 인생에 느닷없이 불어 닥치는 폭풍을 만났을 때 그 빈자리를 느끼게 됩니다. 살다가 돈으로 안되는 일을 만났을 때, 큰 질병이나 아이가 어긋났을 때, 감당할 수 없는 좌절과 실망감에 사로 잡힐 때 등을 만나면 극복해낼 방도가 없습니다. 길이 끊어졌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리며 살펴야 하는데, 기다림에 서툰 사람은 이 순간을 참지 못해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기도 합니다. 다른 수단이 없을 때는 거기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여우는 어린 왕자가 어디 사는지 몰랐습니다. 마냥 기다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왕자와의 만남을 너무나 고대했기에 언제 올 건지 말을 해달라고 합니다. 여우는 왕자가 온다고 약속한 시간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만나면 차오를 기쁨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리부터 즐거워할 것을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이 행복이 얼나마 값진 것이지 알게 되겠지!”
기다림의 행복과 설렘을 지금 느낍니다. 이번 주 수요일이면 방학으로 떠났던 고연찬 친구들이 복귀합니다. 수요일에 여기저기 앉아 함께 기도하던 SFC를 비롯한 학생들도 돌아올 것입니다. 우리 교회를 위해 담임 목사인 저보다 더 간절하게 울부짖는 그 친구들을 기다리는 이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 다시 뜨겁게 찬양하고 간절히 기도할 시간을 사모합니다.
나아가 우리 주님을 기다리며 이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음미하고 싶습니다. 자주 이 땅이 본향인양 너무 익숙해져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주님을 기다리며 성숙하고 주님을 닮아가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다시 오실 주님을 생각하며 들뜬 여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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