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편지

제목(250907) 시대 읽기 10. 공동체(Community)2025-09-07 09:54
작성자 Level 10


시대읽기 10. 커뮤니티(Community)

 

‘공동체’는 교회에게 참 익숙하고 소중한 단어입니다. 교회마다 주 안에서 한 가족됨을 고백하며,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공동체를 꿈꿉니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역설적인 풍경과 마주하게 됩니다.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 10명 중 6명이 일상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특히 20대 청년들에게서 그 수치가 가장 높게 나타납니다. 이토록 외로운 시대, 교회는 그들의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하고 그 어느때보다 청년 이탈률이 높은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단지 신앙을 잃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들이 원하는 커뮤니티(공동체)를 교회에서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 우리 사회가 혈연, 지연, 학연을 중심으로 끈끈하게 뭉쳤다면, 오늘날의 청년들은 서구적이고,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느슨한 공동체’를 선호합니다. 이들은 수준 높고, 진정성 있으며,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관계를 갈망합니다. 위선적이거나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임에는 굳이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려 하지 않습니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낳았습니다. 결혼이라는 전통적 제도 대신, 마음 맞는 ‘친구를 입양’하여 법적인 가족이 되기도 합니다. 1인 가구 청년들에게는 유아용 유모차보다 애견용 유모차가 더 많이 팔립니다. 반려동물이 가족이 되었습니다. 수십만 원의 회비를 내고, 직접 책을 읽고 독후감까지 발표해야 하는 독서모임 ‘트레바리’는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은 청년들로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러닝크루’는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달리며 서로를 응원하지만, 운동이 끝나면 부담스러운 회식 없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느슨한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변화 앞에서 교회는 과연 이 시대 청년들의 깊은 외로움과 갈망을 공감하고 있을까요? 우리 모임은 혹시 그들에게 또 하나의 부담과 의무가 되지는 않을까요? 교회의 청년들이 세상 공동체에서 위로를 느낍니다. 이제 교회는 단순히 모이는 것을 넘어, ‘어떻게’ 모일 것인지를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각자의 취향이 존중받고, 삶의 진솔한 이야기가 오가며, 서로의 성장을 진심으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공동체.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가 흐르는 진정한 영적 가족.


우리 교회가 그런 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교회가 외로운 이 시대에, 세상이 줄 수 없는 참된 위로와 소속감을 선물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