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그릇 김윤나 작가는 ⌜말그릇⌟이란 책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말로 표현할 때 세 종류의 유형이 있다고 합니다.
폭포수형 기분이 나빠지면 마음에 담아두지 못하고 일단 말을 쏟아내야 속이 후련한 분들입니다. “야 너 정신이 있는 거니? 없는 거니?, 도대체 엄마가 몇 번을 말했어? 내 말을 듣는거니? 안듣는거니? 꼭 지 아빠 닮아가지고.” 폭포수형의 전형적인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의 특징이 그래놓곤 꼭 ‘난 뒤 끝은 없어.’ 이런다는 겁니다.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타인의 감정까지 경계 없이 휘젓는 사람들의 유형이 바로 폭포수형입니다. 호수형 부정적인 감정인데도 호수형의 언어는 항상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입니다. 그런데 호수는 고요하고 편안한 듯 하지만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지 않고, 고여만 있으면 결국에는 썩게 되죠. 마찬가지로 호수형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차곡차곡 쌓놓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 결국은 아주 사소한 사건에 팍 터져버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수도꼭지형 시원하게 혹은 따뜻하게 물의 온도를 선택할 줄 알고, 적절하게 필요한 만큼 조절해서 감정의 물을 자신의 언어에 담아 흘려보낼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수도꼭지형입니다. 급하게 폭발해서 상처주는 말을 막 내뱉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조건 ‘내가 말을 말아야지’하며 참지도 않고, 타인을 배려하며 적절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 이런 수도꼭지형의 사람들을 만나면 난데없이 쏟아지는 뜨거운 물에 데이거나 느닷없이 쏟아지는 찬물에 놀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과의 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나는 어떤 유형에 속할까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소유한 언어의 온도는 몇도쯤 될까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그 방식은 우리의 내면을 반영하고, 동시에 우리 주변의 관계를 형성합니다. 폭포수처럼 거세게 쏟아내는 말, 호수처럼 고요히 담아두는 침묵, 그리고 수도꼭지처럼 적절히 조절하는 표현,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말그릇'을 구성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지혜는 단순히 말을 조절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의 언어가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담아내고, 그것을 적절히 전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영적으로 성숙한 소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가을, 우리의 말그릇이 하나님의 은혜로 채워지고, 그 은혜로운 말이 흘러넘쳐 따뜻하고 생명력 있는 가정과 공동체를 이루길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