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편지

제목(240407) 불황 마인드2024-04-13 13:37
작성자 Level 10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의 장기 불황에 시달렸던 한 원인은 불황 자체를 지나치게 내면화한 '불황 마인드'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새로운 투자나 도전보다는 현상 유지에 안주했다는 분석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국 교회 또한 유사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교회의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둡고, 교인 수 감소와 노령화로 종말론적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이제 막 극복하긴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더욱 깊은 상처를 안겼습니다. 일부에서는 '한국 교회는 망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반응까지 나옵니다.


하지만 이는 자칫 패배주의로 이어질 수 있는 '불황 마인드'의 한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학생 지원자 수 감소 등을 보면 목사직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목회 생활의 고단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환멸과 우울에 휩싸여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싶을 때도 있었던건 우리 성도님들도 주지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그 패배의식을 경계하려 합니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주무시거나 돌아가셨다고 착각했던 과거를 회개하려 합니다. 새로운 사역과 모델에 대한 상상력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려 합니다. 아무리 작은 가능성이라도 놓치지 않고 싶습니다.


오스 기니스는 "어떤 환경에서는 오직 실패뿐인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만약 이 시대에 제게 주어진 소명이 그런 처절하고 장렬한 실패를 맛보는 것이라면 그것도 기꺼이 수용해야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비록 세상의 크고 빛나는 것들과 비교해 보면 저의 달란트와 존재는 보잘것없지만, 제가 가야 할 길이 보입니다. 그것이 신기루일지라도 하나님께서는 그 길을 수정해주시고 새로운 길을 만나게 하실 것을 믿습니다. 무엇보다 제 곁에는 우리 성도들이 있으니 함께 걷는 이 길이 피곤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설령 그렇지 않다해도 제게 주어진 이 소명의 길을 끝까지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