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 마귀
믿었던 동료들이 저를 험담한 사실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우연찮게 본 카톡에서 저는 웃음거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톡방의 분위기라면 저는 정말 이기적이고 말많고 같이 어울리기 힘든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성격상 크게 긴장하거나 난감해하는 일이 잘 없는데 그 때만큼은 당황스러움, 수치심, 놀람과 불안감이 한꺼번에 찾아왔습니다. 안뛰던 심장도 살짝 뛰었습니다.
누군가 뒤에서 나를 험담할 때, 내 노력을 당연하게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일 때, 정성껏 대접한 음식을 감사 한마디 없이 먹어치울 때.. 이처럼 조금이라도 나를 서운하게 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 있습니다. 바로 섭섭마귀입니다. 어찌나 고약한지 한번 들면 좀처럼 떨어지질 않습니다. 이 녀석이 우리 마음 속에 착 달라붙어 있으면 분노, 공격 이런 것들만 계속 생산됩니다. “니 까짓게 나를?”, “너는 얼마나 잘났는지 한 번 보자”, “내 복수하고 만다”
하지만 조금만 화를 누르고 제 자신을 돌아보니 저의 분노가 정당한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저는 남들이 내리는 평가 보다 훨씬 모자란 사람이 맞습니다. 남을 걱정하는 말에는 능숙하지만 시간과 물질을 들여 곁에서 위로하는건 좀 꺼려집니다. 저도 바쁘고 할 일이 많으니까요. 기꺼이 주는 척 하지만 손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만 그렇게 합니다. 남보다 잘났다고 아우성치고 싶은데 교양없어 보일까봐 교묘한 방식으로 자기 자랑합니다. 그냥 딱 까놓고 말하면 야비하고 탐욕스럽고 음란하고 이간질쟁이입니다. 나의 진짜 모습을 깨달으니 이런 내가 뭘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지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동료들이 그렇게 미웠는데 복수심의 불길이 조금 사그라들었습니다. 내가 어떤 인간인지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겸손해지고 나아가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믿음의 선배가 남긴 명언이 참 위로가 됩니다.
"누군가 당신을 욕하고 비난하고 어떤 루머로 괴롭히거든 너무 상심하지 마라. 진짜 당신의 모습을 안다면 그 정도로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 찰스 스펄전 - 이번 주, 우리 함께 노력해봅시다. 미운 이 인간, 섭섭하게 만드는 저 친구가 실은 나보다 더 낫습니다. 그러니 서로의 약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용납하는 마음으로 한번 고개를 끄덕여 봅시다. 우리는 누구할 것 없이 은혜가 필요한 모자란 존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