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편지

제목(240526) 길동무2024-05-26 08:46
작성자 Level 10

 

길동무

 

목회자 후보생 시절, 부산에서 신대원이 있는 천안까지 3년을 오갔습니다. 이동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친구 넷이서 카풀을 했습니다. 장장 4시간 길입니다. 일주일 내내 수업, 보고서, 시험 치르고 나면 금요일에 녹초가 되었지만 내려와서 수도 없었습니다. 금요철야를 시작으로 토요일, 주일 내내 교회 사역에 매진했습니다. 다시 학교로 올라가는 월요일 등교길이 어찌나 피곤하던지 가위 바위 보로 사람에게 운전대를 맡겼습니다. 그럼에도 시절 고속도로 주행길이 즐거웠습니다. 마음이 통하고 서로 형편을 누구보다 이해하는 친구들이 함께 했기 때문이니다. 때론 집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로는 사역에서 얻은 열매를 나누던 안은 언제나 웃음이 만발했습니다. 졸음과 피로의 길이 뻔한 고속도로가 길동무들 덕분에 활력꽃이 폈습니다.

 

성경에도 길동무들이 종종 보입니다. 이방 모압에서 정착한 나오미에게 고향 베들레헴은 정서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이미 너무 곳이었습니다. 자식을 잃은 어미가 이스라엘 땅으로 떠나는 길은 캄캄한 미로 같았습니다. 여인에게 며느리 롯이 든든한 길동무가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십니다 고백과 함께 룻은 나오미의 주름진 손을 잡지 않았을까요? 동행의 힘으로 두려움은 희망으로 바뀌었습니다

 

때로는 길동무 예수님처럼 묵묵히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의 방황을 예수님은 말없이 끌어안으셨습니다. 찬찬히 들으시고, 깊이 공감하시며, 부드럽게 희망을 심어주셨습니다. 예수님 같은 길동무가 있다면 번도 가보지 못한 막막한 길도 용기를 갖고 나아갈 있을 같습니다

 

낯선 한국 땅에 터전을 일구며 살아가는 이주민들, 다른 언어로 공부하는 유학생들, 험난한 신앙의 여정을 걷는 모든 그리스도인들그들에겐 룻과 예수님 같은 길동무가 절실합니다. 동행이 선물하는 위로와 희망이 필요합니다. 나그네의 고단한 발걸음 사이사이 동행하는 길동무가 있기에 우린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의 길동무가 되는 축복. 복이 오늘 우리 만남에 흘러넘칩니다. 물설고 낯선 타국에서 나그네길 걷는 에벤에셀 교회 성도들의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나그네길 잡고 걸어가는 길동무가 되고 싶습니다. 서로의 고단함을 덜어내고, 위로하고 격려하며, 약속의 땅을 향해 걸음 내딛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