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편지

제목(240915) 타인의 입장에서 베푸는 환대2024-09-14 16:35
작성자 Level 10

 

타인의 입장에서 배푸는 환대

 

국민일보 7 2일자 시온의 소리에서 목사님의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목사님의 5학년 딸아이는 현장 체험학습을 앞두고 한껏 들떠 있었습니다.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이어가다 대뜸아빠는 수학여행 같은 갔냐 물었습니다. 목사님은 어릴 트라우마가 올라왔습니다. 지금부터는 목사님의 글입니다.  

 

  고 1. 각자 다른 중학교에서 올라온 녀석들이 조금씩 친해지던 학기 초. 경주로 수학여행을 간다는 가정통신문이 배부되었다. 너무 가고 싶었다. 하지만 가정통신문을 내밀었더니 돌아오는 아버지의 대답은 '안돼!'였다. 수학여행 일정에 주일이 껴있기에, 목사 아들이 주일에 어디를 가냐는 이유였다. 하지만 나는 숨겨진 또 다른 이유를 알고 있었다. 회비가 2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나는 생활비가 떨어질 때마다 큰집에서 매월 지원해주시던 10만 원이 들어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매번 폰뱅킹으로 잔액을 확인하던 어머니의 전화 소리를 기억한다. 이 모든 것을 알기에 재차 요청하지 않았다. 포기했다. 불참자는 600명 중 단 3명이었고, 그중 하나가 나였다. 경주 대신 학교로 향하는 3일 간이 너무 싫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에 벌어졌다. 아이들은 3박 4일의 기간 동안 엄청난 추억을 만들어버렸고, 그래서 서로 간의 어색함은 다 사라진 채 다들 엄청나게 친해져 버렸다. 그 이후 한 달간 수학여행 때 있었던 에피소드들만 나눈다. 거기서 난 투명 인간이 돼버린 것 같았다. 본래 낯가림이 좀 있었는데, 그 일 이후 더 위축되었다. 물론 친구들이 나를 소외시킨 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난 소외되었다.

 

아마 교회의 새가족들도 비슷한 상황을 겪을 있을 같습니다. 교회 쇠퇴 시대에 어쩌다 오는 새가족이 얼마나 반갑습니까. 신경을 쏟아 환영하고 친절을 베풀지요. 하지만 교회에 딱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하게 그분들께 잘못하거나 밀어내지도 않았는데 정착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누구도 새가족을 밀어내지 않았지만 새가족이 소외를 느끼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환영, 환대는 선물과 인사, 그리고 매너 이상의 무엇이어야 합니다. 단순한 친절과 웃는 얼굴을 넘어 상대방의 서사와 입장을 고려하며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거리두기로, 때로는 살가운 인사로 다양한 모습으로 이뤄지는 환대가 필요할 것입니다. <걸리버 여행기> 주인공 걸리버는 소인국에서 영웅 취급을 받다 나중에는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악인으로 낙인찍힙니다. 거인국에서는 노리개로 전락하고 맙니다. 결국 영국으로 돌아온 걸리버는 은둔 외톨이가 되고 말지요. 소인국과 거인국 모두 자기들이 느끼는대로 걸리버를 판단하고 대우할 누구도 걸리버의 이야기를 묻지 않았습니다. 타인의 지나온 걸음과 입장을 헤아리는 맞춤형 환대가 요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