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큰 일
메리 크리스마스! 거리마다 울려 퍼지던 캐럴 소리는 예전보다 잦아들었지만, 우리 마음속 성탄의 감격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기를 소망합니다. 오늘은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미리 축하하며 드리는 성탄감사주일입니다.
예수님의 오심은 어쩌다 일어난 우연한 사건이 아닙니다. 태초부터 계획하신 하나님의 거대한 서사(Meta Narrative) 안에서 이루어진 역사의 절정입니다. 성령이 임하시고 사람들이 들었던 하나님의 큰 일(행 2:11, 마그날리아 데이 Magnalia Dei)이 바로 이 거대한 이야기입니다.
창조주가 피조물이 되신 사건, 영원이 시간 속으로 뚫고 들어온 사건, 가장 높으신 분이 가장 낮은 구유에 누우신 이 사건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기이한 ‘하나님의 큰 일’입니다. 우리는 오늘 그 은혜 앞에 서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 신비 앞에 무릎 꿇고 감사하며, 그 이름을 높여 드리는 것뿐입니다.
이 거대한 기쁨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바로 찬양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 수요일(24일) 저녁, 우리는 특별한 순서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나인 레슨스 앤 캐럴스(Nine Lessons and Carols)입니다.
이 예배 형식은 1880년, 영국 트루로(Truro) 대성당의 벤슨 주교가 성탄 전야에 술집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교회로 이끌기 위해 처음 고안했습니다. 이후 1918년, 그 유명한 케임브리지 킹스 칼리지(King's College)에서 에릭 밀너 화이트 학장이 1차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다듬어 정착시킨 아름다운 전통입니다.
아홉 번의 성경 봉독(9 Lessons)과 그 사이사이에 불리는 찬양(Carols)으로 구성된 이 예배는, 창세기의 타락부터 예언자들의 약속을 거쳐 요한복음의 말씀이 육신이 되는 신비까지, 구원의 역사를 한 편의 드라마처럼 엮어냅니다.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듣고, 캐럴을 통해 우리의 응답을 올려드리는 것입니다.
이번 수요일, 성공회 대주교 성당의 웅장한 느낌은 아닐지라도 따뜻하고 친밀하게 이 축제를 가지려합니다. 우리를 위해 행하신 하나님의 그 큰 일을 기억하며 목청껏 캐럴을 부릅시다. 단순히 듣는 노래가 아니라, 곡조 있는 고백이 되어 영도 땅에 울려 퍼지게 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