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읽기 4. 기후 위기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려는 유월의 마지막 주말입니다. 시원한 과일 한 조각, 향긋한 아이스 커피 한 잔이 절로 생각납니다. 하지만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온 이 작은 기쁨들이 점점 요원해 질질도 모릅니다. ‘사과’하면 대구를 떠올리던 시절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한반도가 뜨거워지면서 사과 재배지가 북쪽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위기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꿀벌의 실종’입니다. 꿀벌들이 사라지면, 단순히 꿀만 못 얻는 것이 아닙니다. 사과를 비롯한 수많은 과일과 채소가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위기는 특정 과일의 산지가 바뀌는 수준을 넘어, 우리 식탁의 근간이 흔들리는 생태적 변화입니다. 일상의 시작을 책임지는 커피도 그렇습니다. 최근 커피 원두 값이 무섭게 오른다는 뉴스를 보셨을 겁니다. 이는 단순히 유통 구조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지구 반대편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커피 농장들이 극심한 가뭄과 예측 불가능한 날씨로 폐허가 되는 중 발생한 결과입니다. 자연스레 농부들은 생업을 잃고 생계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 속수무책으로 도시를 할퀴고 지나간 ‘게릴라성 호우’도 기억하실 겁니다. 기후 재앙은 먹거리를 변화 시키는 정도를 넘어 우리의 생명과 안전까지 순식간에 앗아갈 수 있는 무서운 현실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경고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사과와 꿀벌의 탄식, 커피 농부의 눈물, 빗물에 잠긴 이웃의 절망은 모두 자연과 생태계가 보내는 구조 신호입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창조 세계를 돌볼 ‘청지기’로서의 사명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주님의 음성과도 같습니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 전에, 먼저 우리의 마음을 돌아봅시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편리하게 살고자 했던 욕심에서 돌이켜,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회복해야겠습니다. 그 마음으로 일회용품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으며, 무심코 낭비하던 에너지와 자원을 아끼는 작은 실천들이야말로, 이 시대를 향한 우리의 진실한 신앙고백이 될 것입니다. 이번 한 주, 무너져가는 창조 세계의 신음 소리에 귀 기울이며, 책임을 다하는 신실한 청지기로 살아가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