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혜자 중심 접근 지난 15일(금) 통합선교회 임원들과 함께 파랑새 아이들집을 방문했습니다. 교회 설립 4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인 “보호종료아동”(자립준비청년) 구제와 관련해 논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대략 어느 정도 예산을 얼마동안 후원해야할까 답을 얻고 싶었습니다. 원장님은 현재 자립준비청년들의 상황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만 18세가 된 아이들은 시설을 떠나 자유롭게 생활하게 됩니다. 몇년 전 아무 준비 없이 세상으로 내던져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덕분에 복지 정책에 있어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LH공사를 통한 거주지 자금 대출, 공부하고 직장을 얻어 안정될 때까지 이어지는 초저금리 정책, 일시금으로 지원되는 자립준비금 뿐만 아니라 매월 기초생활수급 및 자립자금이 지원되고 있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경제적인 어려움에 내몰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의 정서와 멘털이었습니다. 갑자스럽게 주어진 자유, 매월 입금되는 적지 않은 금액, 덕분에 빠지게 되는 무절제한 씀씀이, 거기에 자립청년의 유약한 멘털을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직계 가족들의 횡포… 결국 자립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한 인성과 사회성이란 사실을 보았습니다. 자라는 동안 경험하지 못한 일상성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또 시설의 규율에만 기대어 살다가 성인으로서 자유롭고 싶어하는 자립청년들의 특성상 1:1 결연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아이들이 건강한 성인, 책임있는 사회 일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경험과 정서 발달이 핵심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현재 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과거 고아원(현재는 ‘아동양육시설’이 정확한 명칭입니다.)은 문자 그대로 부모를 잃고 홀로 된 아이들이 돌봄을 받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파랑새 아이들집의 경우 80%의 어린이들이 부모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에서 살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형편에 있었던 것이죠. 출산율이 낮은 세태 속에서 버려지는 아이들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어린이집, 학교등에 진학하면서 발견되고 강제 분리 되는 방임, 학대 아동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가 정책상 분리된 아이들은 입양 - 위탁가정 - 그룹홈 - 시설 순서로 배정 되는데 신체, 심리, 정서, 학습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결여된 아동들은 앞선 과정에서 거절되기 일수고 결국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 시설이었습니다. 그 결과 40% 가까운 아이들이 ADHD 약물을 복용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보통의 아이들에게는 평범한 경험조차도 이 아이들에게는 프로그램과 커리큘럼을 통해 배워야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공중 목욕탕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단체로 수영복을 입고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히 놀랐습니다. 결국 관계성과 사회성이 결핍된 채 자라 자립 이후의 삶을 꾸려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원장님은 아이들이 교회를 통해 일상과 어른의 존재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저도 오히려 직접 준비청년을 금전적으로 후원하는 것보다 아이들을 돕는 것이 자립 청년을 세우는 보다 근원적인 방법이겠다 싶었습니다. 예산 확보하고, 구제하고, 우리 성도들에게 뿌듯함을 주면 된다 생각했던 게 얼마나 짧은 생각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도움은 손을 내미는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할 때 빛납니다. 수혜자 중심 접근(Beneficiary-Centered Approach)을 다시금 생각합니다. 주님도 우리와 눈높이를 맞추어 성육신하셨습니다. 통합선교회가 기관과 함께 미래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중입니다. 한 인격을 길러내는 이 일에 우리 성도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