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치(臥幟)

문득 우리 교회 주소(와치로)에 있는 ‘와치’가 무슨 뜻인지 궁금했습니다. 이리저리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과거 일본군은 지금의 조도(아치섬)에 주둔하며 깃발을 꽂아 놓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1592년 부산포 해전에서 충무공 이순신의 조선 수군이 승리하고 주둔한 왜군을 무찌르면서 왜군의 깃발을 눕혔습니다. 눕혀진(와, 臥) 깃발(기치, 旗幟)이라 하여 와치섬이라 불렀고 훗날 아치도, 조도 등으로 이름지워졌습니다. 와치는 왜군의 깃발이 눕혀지고 조선 수군의 깃발이 세워진 승리의 장소였습니다. 

성경에서 깃발이 세워지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치른 첫 전투 상대는 아멜렉이었습다(출 17:8-16, 에서의 후손 / 창 36:12). 르비딤 산 정상에서 모세는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았고 여호수아는 산 밑에서 아멜렉과 싸웠습니다. 아론과 훌은 모세의 피곤한 팔을 붙잡아 들어 전쟁을 도왔습니다. 승리 후 모세는 제단을 쌓아 ‘여호와 닛시’ 즉 ‘야웨는 나의 깃발’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놀랍게도 야웨는 아멜렉과 ‘대대로’(영원히) 싸우시다고 맹세하셨습니다(출 17:16). 하나님의 대적 아말렉이 시대를 초월해 하나님의 백성을 공격하겠지만, 그들의 깃발은 와치(臥幟)될 것입니니다. 반면 여호와의 깃발은 입치(立幟)해 휘날리며 영원한 승리를 확신하게 하겠지요. 

우리 교회가 선 곳은 대적의 깃발이 꺾이고 누운 자리입니다. 예수께서 “내가 세상을 이겼노라!”(요 16:33) 선포하며 새롭게 세운 깃발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세상은 우리를 통해 사탄의 패배와 그리스도의 승리를 볼 것입니다. 와치로에 세워진 우리 교회가 주님의 승리를 시연하는 길이 무엇일까요?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오류가 있는 곳에 진리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광명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성 프란시스코 “평화의 기도” 중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한국에서 나오자 온 나라가 분열하고 있습니다. 아말렉이 지배하는 메마른 사회에서 반목의 깃발을 눕히고(와치) 일치와 희망의 기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미움과 다툼, 분열과 절망의 종말을 와치로에 세워진 우리가 널리 알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