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편지

제목(251012) 시대 읽기 11. Local(지방, 지역)2025-10-11 18:52
작성자 Level 10


시대 읽기 11. 지방/지역(Local)

 

긴 명절 연휴가 지나고 가을의 문턱에 섰습니다. 계절이 바뀌듯, 우리 사회의 모습도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마주한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저출산’과 ‘지방 소멸’입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면서 많은 지방 도시는 활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주 흥미롭고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은 곳에서 한다”는 가치를 품은 청년들이 서울을 떠나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은 그 특별한 경험을 찾아 전국 각지에서 기꺼이 먼 길을 찾아오는 것입니다. 


요즘 여행의 목적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그 지역(로컬)에만 있는 특별한 가게 하나가 되었습니다. 주일 예배 참석은 어려워하던 청년들이, 맛있는 빵 하나를 맛보기 위해 주말 하루를 온전히 비워 대전 성심당으로 ‘빵지순례’를 떠납니다. 낡은 한옥 골목이 감각적인 카페와 서점으로 되살아난 경주 황리단길과 수원 행궁동은 일부러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은 ‘주말을 둘러싼 싸움’이 치열해진 시대인데, 세상은 이토록 매력적인 이야기와 경험으로 사람들을 초대한다면 과연 교회는 그들의 발걸음을 향하게 할 만큼 따뜻하고 의미 있는 공동체가 되고 있을까요?


과거 교회는 동네의 중심이었습니다. 기쁘고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를 저마다의 이야기와 감성을 간직한 작은 카페와 가게들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취향의 변화가 아니라,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위로를 얻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이 흐름을 보며 우리 교회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로컬’의 시대에, 우리 교회는 우리 동네 ‘영도’와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까? 세상은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과 콘텐츠를 찾아다니는데, 우리 교회는 과연 세상이 줄 수 없는 생명의 이야기와 영적인 경험을 풍성하게 나누고 있을까요?


로컬이 각광받는 건 새로운 기회입니다.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로컬’이셨습니다. 저 높은 보좌를 버리고 ‘나사렛’이라는 작은 시골 동네로 찾아오셔서 우리와 함께 먹고, 웃고, 우셨습니다. 우리 교회가 그 주님을 닮아, 이 영도라는 ‘로컬’ 안에서 가장 따뜻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넘치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의 어떤 핫플레이스보다 더 큰 위로와 기쁨을 얻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는, 진정한 영혼의 안식처가 되는 우리 교회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