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편지

제목(250921) 제1회 팔도세미나 소감2025-09-21 09:14
작성자 Level 10

1 팔도세미나 소감


제1회 팔도 세미나 잘 마쳤습니다. 제가 기대한 것 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참석하신 걸 보고 다들 같은 고민을 갖고 있구나 느꼈습니다. 게다가 목회자, 신학생, 성도 비율이 거짓말처럼 3:3:3이었습니다. 모두가 현실 교회의 위기를 감지하고 있다는 반증인 것 같습니다.

 

황인권 작가님은 명료하고 위트있게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내용 하나하나가 다 주의 깊게 들을 말들이었지만, 마지막 질의응답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음 세대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세대를 통합하는 보다 통전적인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 
 "10년 후에 어른들 은퇴하고 연금 받으시면 교회는 헌금이 줄고 힘을 잃습니다. 건물 하나 남을 텐데 매각이라도 되면 다행이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것 너무 좋은 일인데, 지금은 일단 생존을 고민해야하는 시기입니다. 젊은이들이 지금 교회로 들어오지 않으면 희망이 없습니다”. 


맞습니다. 교회를 교회답게 세우는 건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교회가 부재하면 교회다움도 없습니다. CPR하고 살려야 합니다. 갈비뼈 부러질까봐 명치를 살살 압박하면 심장과 폐는 소생하지 못합니다. 적절한 규모와 중산층 멤버십이 많은 교회에서 사역할 때는 교회의 질(quality)을 먼저 생각했지만, 일선에 투입되고 보니 현장이 피투성이에 가깝습니다. 다 떠나서 우리 집에 아이들만 봐도 신앙의 동무가 없다는 점이 제일 미안합니다. 어떻게든 살려야겠습니다.  


동시에 장년 세대의 소외감을 실제 목격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첫번째 질문 하신 우리 교회 집사님은, "젊은 세대만 모으면 우리는 뭡니까" 대놓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집사님의 질문이 한편 고마웠습니다. 비슷한 소외감을 느끼던 분들의 마음이 조금 후련해졌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배아론 교수님의 논평도 감사했습니다. 개혁주의 교회론의 시각에서 들수 있는 많은 비평들을 소개하되 불편하지 않게 생각해볼 지점들을 던지셨습니다. 마지막에는 "5무無와 5유有가 공존하는 교회"를 제안하면서 실제 본인의 사역 현장을 제시했습니다. 아마 오무 교회가 과격하고 급진적으로 느껴졌던 분들에게는 아주 본보기가 될만한 힌트가 되었을겁니다. 


고민이 깊어집니다. 교회의 본질과 시대적 변화, 세대 이탈과 세대 조화, 문제 의식과 개선 의지 ... 나 한 사람의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니 막막합니다. 결국 교회의 주춧돌이신 예수님을 바라볼 수 밖에 없겠습니다. 내 교회를 세우리라 하신 말씀을 다시 한 번 붙들어 봅니다. 


참고로 이 세미나를 통해 세가지 목적이 있었는데, 첫째, 지금 우리 사회와 젊은 세대가 어떤 생각과 문화를 갖고 있는지 그 변화의 물결을 파악하기. 둘째, 변화 속에서 교회가 붙들어야 할 본질은 무엇이며, 그것을 고수하면서도 어떻게 세상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 통찰을 얻기 셋째, 모인 서로를 보며 혼자가 아닌 ‘함께’ 희망을 만들 수 있다는 마음을 공유하는 것. 전반적으로 다 이룬 듯 합니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soli Deo gloria


덧. 오무교회 출판하고는 부산에서 처음 강의하신 듯합니다. 수X로, X산나, 부X .. 뭐 제가 다 이긴 것 같습니다. 이제 팔도교회가 부산의 플래그십입니다.